공짜 점심은 없다: 나쁜 충고가 늘 무료인 이유
근무 특성상 고액 자산가들을 만날 기회가 많다. 최근에는 100억 원대의 주식 자산을 보유한 분을 뵙게 되었다. 초기 투자금은 알 수 없으나, 주식 시장에 참여한 지 7년 만에 100억 대에 도달했다고 한다. 현재 약 150억 원 규모의 자산을 직접 운용 중인 그분의 투자 스타일은 스터디 그룹과 함께 코스닥 바이오 상장사를 분석하며 시세를 추종하는 '트레이딩'으로 보였다. 특히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는 리더가 뒤에 있는 듯했다.
나 역시 그분에게 세 가지 종목을 추천받았고, 부끄럽지만 동료들과 함께 소위 '무지성 매수'를 진행했다. 큰 금액은 아니었으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수익률이 50%를 넘어서자, 나도 모르게 그분을 신봉하게 되었다. 이성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판단만이 투자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임을 알면서도, 눈앞의 압도적인 숫자 앞에서는 감정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만 것이다. 나 또한 그저 군중의 한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마음 편하게 다가왔다.
상상력이 인간을 파괴하는 힘은 실로 엄청나다. 수익이 유지되는 동안 나는 그분의 추종자가 되어 '이대로 7년을 더 투자한다면 내 자산은 얼마나 불어날까' 하는 망상에 사로잡혔다. 그리고 평소에는 꿈꾸지 않았던 화려한 미래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. 멋진 차, 화려한 집, 그리고 시계처럼 신분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들로 타인의 시선을 즐기고 싶다는 욕망이 고개를 들었다. 따뜻한 해변에 앉아 수백억 자산가로서 여생을 보내는 노년의 나를 상해 보기도 했다. 하지만 이 달콤한 환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.
중동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주식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하자, 나와 동료들은 손실을 보지는 않았지만 아주 미미한 수익만을 남긴 채 시장에서 대피해야 했다. 사실 그전부터 국제 정세와 상관없이 하루에도 20~30%씩 널뛰는 그래프는 내 일상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다. 내 삶은 늘 흥미진진한 편은 아니었지만, 나는 나만의 일상적인 패턴에 큰 만족을 느끼며 살던 사람이었다.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 삶이 무가치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.
"투기하지 말라고 충고하기는 쉽지만, 당신이 이 충고를 따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." — 벤자민 그레이엄, 《현명한 투자자》 중
"현명한 투자자는 자신이나 타인의 전망이 정확할 것에 의존하지 않는 의사결정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다." — 벤자민 그레이엄, 《현명한 투자자》 중
나쁜 충고는 늘 무료다. 대가 없이 구한 조언에서 나는 대체 무엇을 바랐던 것일까. 대단한 결과를 기대할 자격도, 이유도 없었다. 욕심은 늘 인간의 이성을 조롱하는 듯하다. 나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와 일상에 충실하며, 지금의 삶을 온전하게 살아가는 것에서 만족을 찾기로 했다. 투기하는 마음을 버리고 보수적인 투자 철학을 유지하는 것만이 나에게 맞는 길임을, 또 한 번의 어리석음을 통해 증명한 셈이다.
얼마 전 그분을 다시 만났다. 이번에는 특정 제약사에 큰 투자를 했다며 다시 세 가지 종목을 추천해 주셨다. 나는 조용히 웃으며 감사의 뜻을 표했지만, 이번에는 주식을 사지 않았다. 이후 해당 종목이 연일 하락한다는 뉴스를 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. 아마 그분은 노련하게 대응했겠지만,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과연 멀쩡히 일상을 지켜낼 수 있었을까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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